제주살이/일기장
새로운 체험
수지인
2022. 7. 18. 21:19
제주살이 175일
저녁 식후 산책길에 새로운 체험을 했다.
마침 썰물 시간
보말이나 몇 알 주을 요량으로 찰랑대는 물가로 나가 보말을 줍는데
물 빠진 작은 웅덩이에서 뭔가 미끈거리는 물건이 스쳤다.
깜짝 놀라 손을 뿌리치고 보니 제법 큰 문어다.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손을 내미니 미끈거리며 빠져나가길 몇차례
머리를 야무지게 움켜쥐니
온 다리 빨판으로 팔뚝을 휘감는다.
게다가 이빨로 물기까지
이제는 휘감긴 팔뚝을 되찾아야 하는 내가 더 급해졌다.
겨우 문어 다리로부터 탈출한 팔뚝엔 빨판의 흔적이 두려울 정도다.
근데 이걸 먹을 수 있는 것일까?
근처에서 낚시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먹을 수 있단다.
그 사이 아내가 작은딸에게 자랑 전화를 했는지
독이 있는 문어도 있으니 버리란다....ㅠㅠ
양쪽 팔뚝은 문어와 벌인 투쟁으로 빨판 상흔이 남았는데 버리라니
누군가 에게 한 번 더 물어봐야 할 듯
귀갓길에 만난 할머니께 물었더니 횡재했단다.
숙회 해서 맛있게 먹으라고....ㅎㅎ
나도 어엿한 현지인인데
아직 주민등록에 잉크도 마르지 않아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훗날 아름다운 추억을 한 페이지 남겼다.
2022. 0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