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칼-모로코 여행 #6-페스(FES)(2) 시간 여행 "메디나"
9,900개의 골목길을 따라 중세 시간 속으로
페스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진다. 메디나(구시가지)인 ‘페스 엘 발리(Fes el Bali)’, 왕궁과 유대인 지구(멜라)가 공존하는 ‘페스 엘 제디드(Fes el Jdid)’, 그리고 ‘페스 빌레 노빌레(Fes Ville Nouvelle)’는 20세기 새롭게 건설된 신시가이다. ‘페스 엘 제디드’에는 14세기 메리니드 왕조(13~16세기 중반)때 완성되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르엘 막젠 왕궁이 있다.
페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인 ‘페스 엘 발리’는 9,900개에 가까운 좁은 골목길을 따라 350개의 모스크, 대학, 터, 종교, 학교, 시장, 주택들이 모여 있다. 이곳은 골목을 잘못 들어서면 끝없이 헤매게 되는 미로이다. 구시가를 효율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은데 왜냐하면 가이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9,900개에 이르는 페스의 좁은 미로를 찾아다니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골목 안을 들어서면 위로 올라갈수록 양쪽 건물은 서로 맞닿아 키가 작은 나도 지나가기 힘들었다. 동키에 짐을 잔뜩 싣고 가는 사람들을 아슬아슬 피해 가거나,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피해가며 지나는 풍경은 페스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밥 보우 젤로우’ 문은 페스 엘 발리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이 문에서부터 중세시대로의 흥미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낡았지만 정겨움이 묻어나는 시장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상품 진열과 정리에 바쁜 모습이었다. 화덕에서 갓 구워낸 빵 냄새가 시장 구석구석에 퍼졌다. 뚱땅뚱땅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한 대장간을 지나 낙타 상인들의 숙소인 ‘카라반 세라이’와 모스크의 첨탑을 지나 네자린 저택(Place an-Nejjarine)으로 향했다.
시간 여행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보고 느낄 뿐이다.
이들의 삶이 비록 고달파 보일지라도 그들 가슴에 남은 자부심은 우리가 여행에서 누리는 호사를 압도할지도 모른다.
인파가 움직이는대로 골목을 헤집고 다니길 한시간. 어데선가 쉼이 필요하다.
유럽여행 중 휴게소 방문은 생리현상 해결과 쉼을 위해서다.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은 거의 찾아모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인의 손놀림이 신기에 가깝다.
쟁반 한나를 만드는데 보름은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 감상은 공짜다.
전통 문화를 계승하며 살아가는 페스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왔던 구시가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길이 좁고 미로여서 물건을 운반하는 등등의 생활에 불편함이 따르지만 그곳을 잘 보존하여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로 지켜냈다.
자신들이 살아온 터전을 허물지 않고 현대적인 신시가지(페스 빌레 노빌레)를 구시가지 바로 옆에 따로 만들어 놓고 옛 성벽이나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보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 살면서 전통 방식을 이은 생활 공예를 발전시켜 모로코만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계승한 주역들이다.
페스는 역사적인 고도 보존을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박물관화 하는 것보다는 그곳에서 함께 삶을 살아갔을 때 더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2014.01.19.
모로코 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