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일상의 photo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1

수지인 2013. 10. 15. 07:00

 

서울 관악구의 난곡이나 신림, 봉천, 그리고 동작구 사당동 등의 달동네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그 가파른 산자락에까지 아파트들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의 모든 달동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5번 출구 앞에서 1143번이나 1221번 버스를 타고 중계본동 종점에서 내리면 불암산 자락의 '백사마을' 입구에 닿는다. 백사마을은 그 일대가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이기에 붙은 이름으로, 서대문구 홍제동의 개미마을과 함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린다.

 

특히 마을이 만들어질 당시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중계리에 속했던 백사마을은 '최초의 달동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1967년 청계6가와 청계8가 사이의 청계천을 복개하고 청계고가도로를 연장하면서 그곳에 있던 판잣집들을 밀어버린 뒤 철거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곳이기 때문이다.

 

강제이주를 당한 철거민들에게 주어진 것은 100평방미터 남짓한 천막 한 장이 전부였다. 그것도 가구마다 주어진 것이 아니라 천막 하나를 4가구가 나누어 살아야 했다. 결국 한 가구에 주어진 땅은 7.5평방미터에 불과했다. 옆집에서 밥하는 냄새와 먹고 씻고 말하는 소리를 여과 없이 공유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동네를 돌아 보다 보면 전체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주택들의 대문에 '공가''재난위험시설'이라 쓰여진 안내판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부단히 돈을 모아 환경이 좀 나은 곳으로 옮겼거나 그도 아니면 하찮은 일거리나마 있는 도심의 반지하방 등으로 이주해 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람이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집에서는 개들만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외지인을 경계하고 있었다.

 

머지 않아 백사마을도 재개발될 예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계획은 기존의 방식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이라고 하면 고층 아파트를 짓는 데 반해 전체 면적의 22%를 골목과 언덕 등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 방식의 재개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파트로 재개발할 경우 정작 추가부담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정든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한 배려였다.

 

서울시의 약속은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앞으로 백사마을이 어떻게 재개발되는가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얼마만큼 보듬으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자료 : 메트로신문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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